(조선일보) 잠정수역 구조물 따지자 .. 중, 수역밖 '이어도'로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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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잠정수역 구조물 따지자… 中, 수역 밖 '이어도'로 물타기
韓해양기지 거론하며 억지 주장
노석조 기자 입력 2025.04.26. 05:00 업데이트 2025.04.26. 15:35
중국이 ‘양어장 관리 지원 시설’이라고 주장하며 서해 잠정 조치 수역(PMZ)에 설치한 해저 고정 구조물을 지난 2월 26일 한국 정부 조사선이 촬영한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중국이 최근 해양 현안 회의에서 한국 측이 중국의 서해 구조물에 대해 항의하자 “그러면 한국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은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중국이 어업 이외 활동을 금지한 잠정조치수역(PMZ)에 불법적 고정 구조물을 설치해 문제가 된 것인데, PMZ 밖에 있는 이어도 시설과 비교하며 반박한 것이다. 중국이 이어도를 분쟁화하려는 시도는 그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를 PMZ 설치 구조물과 연결해 같은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은 처음이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라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3차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서 최근 논란이 된 구조물 3기를 PMZ 밖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중국 수석대표인 훙량(洪亮) 외교부 변계해양사무국장이 구조물 이전 요구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어도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도를 중국식으로 쑤옌자오라고 부르며 “고정 시설물 아니냐”고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훙량 사무국장은 “이어도는 중국 동쪽 퉁다오섬에서 247㎞(약 133해리) 거리에 있다”면서 “중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구조물이 안 된다면 이어도 기지 설치도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그래픽=백형선
중국이 서해 PMZ에 설치한 고정 구조물 문제에 이어도 기지를 끌어들인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라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중국의 고정 구조물은 양국 합의하에 어업 활동만 허용하는 PMZ에 설치해 ‘불법’ 논란이 제기된 것이지만, 이어도 기지는 이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PMZ는 2001년 한중 어업협정 체결 당시 설정한 수역으로, 양국은 이곳에서는 서로의 조업 활동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이 2018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PMZ 내에 부유식 철제 구조물인 선란 1·2호를 비롯해 총 3기의 구조물을 설치해 우리 어선의 항행에 제한이 생기고, 양측 어선이 대치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은 이어도가 자국 EEZ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어도의 해양과학기지 설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149㎞(약 80해리) 떨어져 있다. 중국 퉁다오섬에서의 거리(247㎞)보다 한국 측에 98㎞나 가깝다. 이에 정부는 2003년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해 인원을 상주시키며 관리 운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도가 한국 연안과 더 가깝긴 하지만 양국의 EEZ가 겹치는 곳에 있으므로 EEZ 경계선을 획정할 때까지는 한국 소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엔 해양법에 따라 각 국가는 연안 바깥 200해리까지 EEZ를 설정할 수 있는데, 서해는 폭이 좁아 한중 EEZ가 겹치는 곳이 생긴다.
중국은 자국 영토가 한국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중간선을 그어 EEZ를 구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영토 크기를 감안해 중간선보다 한국 쪽으로 더 가까운 선으로 EEZ를 획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형평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자국 중심적 기준에 따라 이어도가 중국 EEZ에 포함된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제3차 한중 해양협력대화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해양 현안 전반을 다루는 국장급 협의체인 해양협력대화가 개최된 것은 2022년 이후 3년만이다. 비대면 회의였던 1·2차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처음으로 대면으로 진행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석대표인 강영신(왼쪽)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이 회의장에서 중국인민공화국 정부 수석대표인 훙량(洪亮) 외교부 변계해양사무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
하지만 경계선을 획정하는 국제적 관례는 ‘등가성의 원칙’이다. 서해안, 남해안과 중국 대륙의 연안 간 중간 지점을 이은 중간선을 기준으로 양국의 EEZ를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이 기준으로는 이어도가 한국의 EEZ 안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 경계선 획정이 아직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했다. 이어도는 한국과 중국의 영해 바깥에 있고 EEZ 중첩 수역에만 있기 때문에 영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의 대상은 아니다.
이 때문에 중국이 고정 구조물을 PMZ 바깥에 설치할 수 있는데도 굳이 PMZ 서쪽 끝에 둔 것은 나중에 EEZ 경계선 획정 때 이어도에 대한 대응 카드로 쓰려고 한 포석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어도 문제는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이 예상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한국 여론 관리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은 이번에 해양협력대화 산하에 서해 구조물이나 불법조업 등 이견 사안을 다루는 ‘해양질서 분과위’와 공동치어 방류와 수색구조 등 협력 사안을 다루는 ‘실질협력 분과위’를 설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이 최근 한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서해 구조물 등 주권과 관련된 문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관리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잠정조치수역(PMZ)
한중 간 배타적경제수역이 중첩돼 경계선 획정을 유보해 놓은 서해 일부 수역이다. 2001년 체결된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설정됐다. 이곳에서는 양국 어선의 조업은 허용되지만, 그외 시설물 설치나 자원 개발 등은 금지된다.
☞배타적경제수역(EEZ)
유엔 해양법에 따라 각국 연안에서 200해리(약 370㎞)까지 거리에 있는 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수역. 그러나 양국 해안 간 거리가 400해리가 되지 않아 중첩될 경우 당사국이 별도의 협상을 통해 EEZ를 획정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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