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패권경쟁은 어떻게 되나요?
페이지 정보

본문
북극해 패권경쟁은 어떻게 되나요?
북극해의 얼음이 녹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면서, 그 아래 숨겨져 있던 막대한 자원과 새로운 길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극해에 전 세계 미개발 석유의 약 13%, 천연가스의 약 30%가 매장되어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얼음으로 인해 개발이 불가능했지만, 기술이 발달하고 얼음이 녹으면서 이제는 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석유 회사들은 기회만 주어지면 곧바로 시추 작업을 시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바닷길, 즉 항로다. 지금까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해상 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것보다 거리를 30~40%까지 줄일 수 있어, 물류비는 약 25%, 운송기간은 약 10일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길이 모두에게 열린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북극해항로 상당 부분이 자국의 영해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독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해를 지배하기 위해 전투기와 군함을 배치하고, 핵잠수함 기지를 확장하면서 북극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들려 한다. 이에 미국도 뒤늦게 북극 전략을 강화하며 견제에 나섰으며,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도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확대하려하고 있다.
그리고 뜻밖에 중국까지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북극권 국가가 아닌 중국이지만, ‘근(近)북극국’을 자처하며 러시아와 협력해 석유 및 가스 탐사에 투자하고 있으며, ‘빙상 실크로드(Ice Silk Road 또는 Polar Silk Road)’를 추진하면서 북극해 항로 이용을 확대하려 한다. 이쯤 되면 북극해는 국제적인 패권경쟁의 중심이 된 셈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얼음이 녹았다고 해서, 북극해를 마음껏 이용해도 괜찮은 걸까? 북극해 개발은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석유와 가스 채굴이 본격화되면 탄소 배출이 증가하고,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군사적 충돌의 위험도 커지고 있으며, 러시아와 미국 간의 경쟁이 격화될 경우 이곳이 새로운 긴장 지역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북극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기구로 북극이사회가 있지만, 군사적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 결국 북극해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극지 연구 및 환경 보호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무리한 자원 개발이나 군사 경쟁에는 뛰어들지 않지만, 과학 기술과 국제 협력을 바탕으로 '조용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며 열리는 새로운 길 앞에서, 우리는 속도보다는 방향을 잃지 않아야 한다.
북극해 항로(NSR, Northern Sea Route) :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라 서쪽 카라 해에서 동쪽의 베링해협까지 이어지는 항로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 1996년에 발족한 북극에 관한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정부간 협의 기구, 북극에 인접한 노르웨이, 덴마크, 러시아, 미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캐나다, 핀란드의 여덟 나라가 회원국이다. 우리 나라는 12개의 영구 옵서버(Observer)국에 포함되어 있다.
이어도연구회
- 이전글동중국해 한일 대륙붕 경계와 공동개발 협정 문제 25.05.02
- 다음글디지털 해양에서의 사이버 안보는 안전한가? 25.05.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