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중, 서해에 만든건 인공섭...남중국해 점유수법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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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 서해에 만든 건 인공섬… 남중국해 점유 수법 판박이
폐기된 시추선 고정 설치 확인
전문가 "해상 경계 영향 끼칠 것"
정치권 "중국, 해양 주권 침해"
노석조 기자
입력 2025.04.21. 05:00
중국이 ‘양어장 관리 지원 시설’이라고 주장하며 서해 잠정 조치 수역(PMZ)에 설치한 해저 고정 구조물을 지난 2월 2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소속 해양 조사선 온누리호가 현장 조사 중 촬영한 사진. 철제 다리 3개가 삼각 형태로 가로 100m, 세로 80m 규모의 선체를 지탱하고 있다. 중국이 서해에 무단 설치한 고정 구조물의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 설치한 해상 고정식 구조물이 중동 지역에서 사용되다 폐기된 석유 시추선(試錐船)이었던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중국이 폐시추선을 사들여 확대 개조한 뒤 ‘양어장 지원 시설’이라고 이름을 붙여 PMZ에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어업 이외 시설물 설치·자원 개발 활동을 금지하는 PMZ에 ‘어업 시설’이라는 명분으로 해상 경계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의 ‘미니 인공 섬’을 지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본지가 미국 위성 업체 스카이파이에 의뢰해 입수한 다수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고정식 구조물은 가로 100m, 세로 80m 크기로 추정됐다. 구조물에는 ‘H’라고 쓰인 헬리콥터 이착륙장과 3개의 철제 다리가 있었다. 구조물의 동남쪽 3km 거리에서는 중국이 지난해 5월 신식 양어장이라 주장하며 설치한 팔각형 철제 구조물인 ‘선란 2호’가 포착됐다.
중국이 2022년 10월 서해 잠정 조치 수역(PMZ) 서쪽 끝단에 설치한 고정 구조물을 최근 촬영한 위성 사진. 철제 다리 3개가 삼각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오른편에는 ‘H’라고 새겨진 헬기 이착륙 패드가 보인다. 헬기 패드에서 반대편 철제 다리까지 길이는 100m 정도로 추정된다./미국 위성 업체 스카이파이(skyfi.com)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조사선 온누리호는 지난 2월 PMZ 현장 점검 당시 선란 1·2호와 고정 구조물을 촬영했다. 본지가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받은 사진을 보면, 고정 구조물 측면에는 ‘애틀랜틱 암스테르담(Atlantic Amsterdam)’이란 영문명이 쓰여있다. 선박 이력 조회 결과, 1982년 프랑스에서 건조돼 중동 등지에서 석유 시추선으로 사용돼다 2016년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14년 베트남 배타적경제수역(EEZ)에도 일방적으로 석유 시추 시설을 설치하고 주변 해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을 주장해 베트남과 충돌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석유 시추선·인공 섬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한 방식으로 ‘서해 공정’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란 2호 상부의 감시탑이 수면 위로 올라온 모습. 몸체는 물 속에 들어간 상태. /국회 국토위 국힘 엄태영 의원실 제공
◇인공섬·구조물로 서해 야금야금… 中, 남중국해 점유 수법 ‘판박이’
지난 3년간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을 촬영한 다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신식 양어장이라고 주장하며 설치한 선란 1·2호는 반(半)잠수식으로 나타났다. 몸체가 수면에 떠 있을 때는 위성 카메라에 포착됐으나, 잠수 시에는 보이지 않았다. 잠수를 옮겨 가며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중국이 폐시추선을 개조해 설치한 구조물은 2022년 10월 북위 35도 동경 122도 부근에 배치된 이후 이동 없이 동일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일 촬영된 최신 위성 사진에서도 고정 구조물이 확인됐으며 주위에 물길을 내며 이동하는 중국 선박 추정 물체도 보였다. 중국은 고정 구조물이 양어장인 선란의 ‘관리 지원 시설’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대한 위성 사진을 보면 고정 구조물 중앙에는 안테나 탑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고, 측면에는 보트 2척도 달려 있다. 구조물은 가로 100m, 세로 80m, 높이 50m로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20일 “고정 구조물은 중국이 사들여 개조하기 전까지 석유 시추선으로 사용됐다. 구형 시추선이긴 하지만 제원상 수용 인원은 1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정 구조물이 웬만한 축구장 크기 정도”라면서 “작은 인공 섬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중국 고정 구조물(왼쪽 위)과 선란(중간 아래), 그리고 선박(맨 왼쪽)이 있는 모습을 지난 2일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시추선을 개조한 고정 구조물은 3개의 철제 다리와 헬기 이착륙장을 달고 있어 새 모양으로 보인다. 중국이 양어장이라 주장하는 '선란'은 팔각형이다. /미 위성업체 스카이파이(skyfi.com)
전문가들은 “중국이 해류에 휩쓸리지 않는 고정 구조물을 통해 해상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 구조물과 반잠수식 구조물인 선란 1·2호기 등을 통해 한국 선박의 항해 접근권을 제한하며 사실상 내해(內海)화하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해양 강국’ 건설을 선포한 이후 남중국해를 비롯해 서해 등지에서 군사 훈련 횟수를 늘리고, 탐지 장비가 탑재된 소형 해상 물체를 다량 설치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해역 침범 외국 선박에 무기 사용 권한을 법제화한 ‘해경법’을 발효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월 한국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중국 구조물 점검을 위해 접근하자 흉기를 든 인원을 고무보트에 태워 항로를 가로막아 양국 해경 선박이 2시간 동안 대치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의 구조물로 인해 서해 수질이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중국 말대로 선란 1·2호가 연어 30만~40만마리를 키울 수 있는 양어장이라면 다량의 사료와 항생제가 투입될 것”이라면서 “또 선란은 직경 70m, 높이 71m에 달하는데, 이 같은 철골 구조물이 바다에 장시간 잠겨 있을 경우 중금속 오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온누리호도 구조물 인근의 수질 점검 등을 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다수의 인공 시설을 짓는 것은 어업 활동이나 선박 통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한중 어업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영 전 국제해양법재판소 사무차장은 “유엔해양법에 따라 구조물 주변에 안전지대를 반경 500m까지 만들 수 있고 중국이 구조물을 여러 개 세우면 수십 ㎢의 안전지대가 발생해 우리나라 선박의 진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장은 “서해는 경제·군사·외교적으로 전략 요충지”라면서 “정부는 중국의 의심스러운 활동을 선제적으로 막고 남중국해와 같은 분쟁지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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